의료진칼럼

  • 방치하면 사지 마비까지 부른다! 경추 척수증 - 강성식 병원장

    2020.02.28

방치하면 사지 마비까지 부른다! 경추 척수증

건강 만세365병원 척추센터 | 정형외과 전문의 | 강성식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다. 척추 중에서도 목 부분을 경추라고 하는데, 경추는 허리에 비해 움직임이 아주 많은 부위다. 최근 들어 경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인의 업무형태에 따른 경직된 자세, 바르지 못한 자세로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이 그 원인으로 드러난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결석과 결근의 가장 큰 사유가 감기 다음으로 척추 질환 이 언급되고 있는 바, 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경추 부위의 신경은 우리 몸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중추신경계인 척수 그리고 국도에 해당하 는 신경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목 디스크라고 하면, 디스크가 신경근을 압박하여 목 주변 의 통증과 팔 저림 증상을 유발하는데, 환자의 80%이상은 적절한 치료로 2개월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그런데 환자들에게 제시되는 치료방법으로 신경 성형술, 수핵 성형술, 도수치료 등 값 비싼 비급여 시술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병원 간 경쟁은 치열하고, 물가는 해마다 오르고, 인건비는 수직상승하는데 비해 변함없는 정부의 저수가 의료정책이 이를 부추기 고 있다.

 

논어 양화편에 보면, ‘割鷄焉用牛刀(할계언용우도)’라는 구절이 나온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 는 칼을 쓰느냐?’라는 뜻이다. 작은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큰 수단을 쓸 필요가 없 다는 이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지혜다. 팔의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만 없다면, 대부분의 목 디 스크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보다 가벼운 스트레칭, 물리치료, 소염진통제만으로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목 디스크가 목뼈에 오는 감기 같은 질환이라면, 경추 척수증은 이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용어부터 생소한 경추 척수증은 경추 부위에 발생하는 척수증으로, 척수증이란 뇌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다발이 모인 척수가 압박되어,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초기에는 손놀림이 어눌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며, 몸이 중심을 잃고 잘 넘어진다. 나아가 대소변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급기야는 사지 마비를 일으키는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경추 척수증을 중풍과 같은 뇌 병변으로 오인하여 신경과를 먼저 찾는다. 하 지만 뇌 병변처럼 말이 어눌해지거나 갑작스런 사지 마비가 오는 증세와는 달리, 단추를 잘 못 채운다든지, 젓가락질에 문제가 있다든지, 정교한 동작이 안 되는 가벼운 증상부터 시작되어 서 서히 악화되는 것이 경추 척수증의 특징이다.

 

경추 척수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후종인대골화증’이다. 척추를 잡아주는 인대에는 척추의 앞쪽에 종 방향, 즉 세로로 길게 위치하는 전종인대와 뒤쪽의 후종인대가 있다. 후종인 대골화증은 후종인대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는 골화(骨化) 현상이 발생하여 척수를 압박하는 질병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의 원인은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며, 서구권 국가에 비해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인에게 호발하는 점을 미루어볼 때, 유전적 요인이나 염분 섭취 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원인을 잘 알지 못하므로 진행을 멈추거나 기존 골화 를 없애는 치료법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퇴행성 골극(骨棘), 한 가운데로 튀어나온 크기가 큰 디스크, 종양, 염증 등이 척수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경추 척수증은 목 디스크와는 달리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MRI를 통해 경추 척추증이 진단되었으나 증상이 심하지 않는 경우라면, 수술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으 며, 주기적인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생활 중 외상의 가능성이 높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척수는 뇌 척수액에 의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데, 척수증이 심할 경우, 뇌 척수액 의 보호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외상에 매우 취약하다. 마치 순두부를 보호하기 위해 넣어둔 물을 제거하면 두부가 으깨지거나 다치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다. 척수증이 있는 환자 가운데 축구나 농구처럼 부딪치거나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외부 충격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면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척수 압박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약화된 팔다리의 근력이나 증상의 회복이 어렵고, 급기야 대 소변 장애나 사지 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조기 수술이 필수적이다.

 

수술은 원인이 되는 병소를 직접 제거하기보다는 신경관을 넓혀주는 간접 감압술을 주로 시 행한다.

 

 

 

 

 

경추는 뼈가 매우 작고 모양이 환자마다 다르며, 혈관분포도 제각각이라 수술이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허리 수술이 잘 못되면 다리를 절거나 배뇨장애가 올 수 있지만, 경추 수술의 부작 용으로 마비가 올 경우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추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는 없으므로, 수술 전 환자의 뼈 모양 그리고 혈관 분포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미리 입력하고, 이를 감안하여 일종의 가상 수술을 진행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그러므로 가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 로 플랜B에 대한 대책도 항상 준비하여 수술에 들어가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척수증은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가진단법이 도움이 되므로 몇 가지 소개한다. 아래의 몇가지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시급히 경추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
이유도 없이 자꾸 넘어진다.
발의 앞꿈치와 뒤꿈치를 붙여서 걷는 동작이 안 된다. 

최근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잘 안된다. 글씨가 예전보다 이상하게 써진다

 

 

경추는 1시간에 600회 정도 움직인다. 이렇게 자주 움직여줘야 하는데, 사무실에 경직된 자세 로 근무하거나 최소한의 한 가지 동작만 반복하는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은 경추를 망치는 지름 길이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1시간에 5분씩은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나 스 트레칭과 목운동을 하자. 작은 노력이지만 몸의 기둥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습관이다.